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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AMD 협력으로 본 AI 반도체 패권 경쟁의 새로운 국면

필라이프 Phil Life 2025. 10. 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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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조세일보, ◆…AMD의 인공지능 칩 MI350 [사진=로이터]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전략적 제휴

인공지능 업계에 또 하나의 빅딜이 성사되었다. 오픈AI가 반도체 설계 기업 AMD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형 협력 계약을 체결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의 지형도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단순한 칩 공급 계약을 넘어서 양사의 미래를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6기가와트 규모의 야심찬 계획

오픈AI는 내년부터 AMD의 차세대 AI 칩인 MI450을 도입해 총 6기가와트 규모의 컴퓨팅 전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6기가와트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는데, 이는 중소 규모 도시 하나를 운영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파워가 얼마나 막대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픈AI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 칩들을 확보할 예정이다. 첫째는 AMD로부터 직접 칩을 구매하는 방식이고, 둘째는 오라클과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파트너를 통해 임차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유연한 접근 방식은 초기 투자 부담을 분산시키면서도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파격적인 워런트 발행, 그 이면의 전략

이번 계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AMD가 오픈AI에게 제공한 워런트 조건이다. AMD는 오픈AI에게 전체 지분의 10%에 해당하는 1억 6000만 주를 주당 단 1센트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물론 이 워런트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오픈AI가 당초 계획한 칩 도입 목표를 달성하고, AMD 주가가 상승할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양사 모두에게 강력한 동기부여 구조를 만든다. 오픈AI는 약속한 물량을 반드시 구매해야 하고, AMD는 고품질의 제품을 적시에 공급해야 한다. 시장은 이 소식에 즉각 반응했다. AMD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무려 15%나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업계 리더들의 발언에서 읽는 시사점

리사 수 AMD CEO는 "이번 협력으로 향후 5년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또한 "양사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AMD 입장에서는 그동안 엔비디아가 독점해온 고성능 AI GPU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발언은 현재 AI 업계가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AI 연산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AI 모델이 갈수록 대형화되고 복잡해지면서 필요한 컴퓨팅 파워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트먼은 "산업 전체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이며, 이번 AMD와의 협력이 그러한 산업 전반의 협력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AMD의 반격,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AMD는 전통적으로 게임용 그래픽카드와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특히 인텔과의 경쟁에서 라이젠 시리즈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것은 업계의 성공 스토리로 꼽힌다. 하지만 AI 반도체, 특히 고성능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압도적인 우위가 계속되어 왔다.

엔비디아의 GPU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CUDA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AI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엔비디아의 생태계에 익숙하고, 관련 라이브러리와 도구들도 엔비디아 중심으로 개발되어 왔다. 이러한 네트워크 효과는 후발주자가 넘기 어려운 장벽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 오픈AI와의 협력은 AMD에게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회다. 오픈AI는 ChatGPT를 비롯해 업계를 선도하는 AI 모델들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AMD의 MI450 칩이 이러한 최첨단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 자체가 강력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치열해지는 AI 투자 경쟁의 현주소

AI 반도체를 둘러싼 투자 경쟁은 이제 국가 간 패권 경쟁의 양상마저 띠고 있다. 오픈AI는 AMD와의 협력 외에도 최근 브로드컴과 100억 달러 규모의 독자 칩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자체 칩을 개발함으로써 외부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도 가만히 있지 않다. 내년 차세대 GPU '베라 루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새로운 칩은 기존 제품 대비 성능과 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TPU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고, 아마존도 AWS를 위한 독자 AI 칩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AI 버블 논란, 과열된 투자에 대한 경고

하지만 이러한 열기 속에서 냉정한 목소리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버블' 우려를 함께 보도했다. 그 근거를 살펴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현재 오픈AI의 연간 매출은 약 13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분명 놀라운 성장이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올해 오픈AI가 컴퓨팅 서버 임차에 지출하는 비용만 1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매출보다 서버 비용이 더 많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것은 미래 전망이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이 비용은 2029년까지 4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때쯤이면 매출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비용 증가 속도가 매출 증가 속도를 계속 앞지른다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없다.

데이터로 보는 AI 반도체 시장 현황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 추이 (2020-2025 예상)

연도시장 규모 (억 달러)전년 대비 성장률

2020 276 -
2021 352 27.5%
2022 451 28.1%
2023 587 30.2%
2024 764 30.2%
2025 (예상) 994 30.1%

출처: Mordor Intelligence, Grand View Research 등 시장조사 기관 데이터 종합

AI GPU 시장 점유율 (2024년 기준)

기업시장 점유율비고

엔비디아 약 80-85% CUDA 생태계 기반 압도적 우위
AMD 약 5-10% 게임용에서는 강세, AI용은 약세
인텔 약 3-5% 데이터센터 CPU 중심, GPU는 후발
기타 (구글 TPU, AWS 자체 칩 등) 약 5-10% 자사 서비스용

출처: JPR(Jon Peddie Research), TechInsights 등 반도체 분석 기관

앞으로의 전망과 시사점

이번 오픈AI와 AMD의 협력은 단순히 두 기업 간의 계약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첫째,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에 실질적인 도전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오픈AI와 같은 주요 플레이어가 AMD를 선택했다는 것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대안을 고려할 수 있는 신호가 된다.

둘째,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단순히 칩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장기적인 파트너십, 지분 참여 등 더 깊은 형태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셋째,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현재의 구조가 과연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지, 아니면 더 효율적인 모델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협력의 성공 여부는 AMD의 MI450 칩이 실제로 오픈AI의 요구사항을 얼마나 잘 충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성능, 전력 효율성, 소프트웨어 생태계 등 여러 측면에서 엔비디아와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향후 1-2년이 AMD에게는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는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다.

AI 반도체를 둘러싼 이 거대한 게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기술 혁신, 전략적 제휴, 그리고 시장의 선택이 어우러져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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