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용의 출현》 "용이 바다에서 깨어나다 — 지략이 곧 전쟁이다"

감독·각본 김한민 | 출연 박해일(이순신), 변요한(와키자카), 안성기(어영담), 손현주(준사), 김향기(홍사 역) 외 개봉 2022. 07. 27 | 러닝타임 129분 | 관람등급 12세 이상 | 누적 관객 약 726만 명
1592년, 임진왜란 발발 15일 만에 한양이 함락된다. 선조는 의주로 파천하고, 조선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 홀로 바다를 지키고 있던 이순신(박해일)은 쉬지 않고 전술을 고민한다. 그리고 1592년 8월 14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역사상 가장 완벽한 전술 중 하나인 '학익진(鶴翼陣)'이 펼쳐지며 조선은 기적 같은 역전을 이뤄낸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바로 이 한산해전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2014년 176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의 후속작으로,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을 주제로 기획한 3부작의 두 번째 영화다. 전작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전투'를 다뤘다면, 《한산》은 '지략으로 승리를 설계한 전투'를 그린다. 두 영화의 이순신은 같은 인물이지만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으며, 《한산》은 그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구현하는 데 성공한다.

서사 구조 — 첩보전에서 해상전으로
거북선의 도면이 왜군의 첩보에 의해 도난당하고, 앞선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의 출정이 어려워지는 위기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이순신의 수군이 압도적 열세에 처한 상황에서, 영화는 이를 단순한 병력 대결이 아닌 첩보전과 심리전의 드라마로 풀어낸다. 거북선 설계도를 둘러싼 첩보 경쟁, 왜군 장수 와키자카(변요한)의 오만함과 과욕, 그리고 이순신의 계략이 서로 맞물리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 영화의 서사적 특징은 '양면의 시선'에 있다. 조선 수군의 이야기와 함께 왜군 장수 와키자카의 시선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다. 변요한이 연기하는 와키자카는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믿는 야심 찬 장수다. 그의 오만이 학익진의 함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이순신의 전술적 천재성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적장을 입체적으로 그려야 주인공의 빛이 더 강해진다는 이치를 이 영화는 잘 알고 있다.
연출 — 51분의 해상 전투가 증명하는 것
이 영화의 압도적 성취는 해상 전투 시퀀스다. 51분 동안 몰아치는 해상 전투신은 한국 전쟁 영화가 도달한 새로운 지평이다. 학익진이 서서히 형성되는 과정, 거북선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 왜군 함선이 불타며 무너지는 장면까지 — 이 시퀀스는 스펙터클과 전술적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관객은 단순히 전투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순신의 두뇌 속으로 들어가 그 전략이 펼쳐지는 순간을 체험한다.
전작 《명량》에서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들을 인지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는 평처럼, 《한산》은 《명량》과 비교했을 때 전술의 시각적 구현에서 명백히 진일보했다. 학익진의 형성과 전개를 항공 샷과 해수면 샷을 교차하며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이 진형이 왜 '역사상 가장 완벽한 전술 중 하나'로 불리는지를 스스로 증명한다.

배우론 — 박해일의 침묵과 변요한의 야망
박해일의 이순신은 최민식의 이순신(《명량》)과 전혀 다르다. 최민식이 두려움과 고뇌를 온몸으로 폭발시키는 이순신이었다면, 박해일은 침묵과 절제로 이순신의 내면을 표현한다. 이순신의 고뇌와 결단이 독백이나 대사로 표현되는 것이 매우 드물고, 박해일의 표정 연기에만 의존하여 표현된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설계된 선택이기도 하다. 전투 중 필요한 말만 하고, 표정 하나로 지휘관의 무게를 감당하는 이순신. 그 과묵함 자체가 이 인물의 정수다.
변요한의 와키자카는 이 영화가 숨겨둔 숨은 주인공이다.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며 오만함과 좌절을 동시에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이순신이 상대해야 하는 적의 무게를 실감나게 전달한다. 안성기가 연기하는 노장 어영담의 묵직한 존재감도 이 영화의 감정적 토대를 떠받친다.
총평 — 전술의 쾌감, 역사의 감동
《한산: 용의 출현》은 한국 역사 전쟁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주인공 이순신의 내면 드라마가 다소 빈약하고, 거북선이 등장하는 타이밍을 두고 일부 관객은 '이순신보다 거북선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51분의 해상 전투가 주는 전술적 쾌감과 시각적 압도감, '지략이 힘을 이긴다'는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스크린을 넘어 관객의 가슴에 닿는다. 한산의 바다 위에서 학익진이 완성되는 순간, 430년 전 그 승리가 다시 한번 눈앞에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