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비평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 군법정이라는 미개척지, 그 위에 세운 통쾌한 활극

필라이프 Phil Life 2026. 6. 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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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tvN 월화드라마 | 방영 2022. 02. 28 ~ 2022. 04. 26 | 총 16부작 | 연출 진창규 | 극본 윤현호 출연 안보현(도배만), 조보아(차우인), 오연수(노화영), 김영민(용문구), 김우석(노태남) | 스트리밍 넷플릭스, 티빙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군검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군검사 도베르만》이 처음이었다. 군사법원, 군검사, 사단 내 비리. 일반 시청자들에게 낯설고 불투명한 공간인 군(軍)의 법적 시스템을 장르 드라마의 무대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모험이자 성취다.

 

《무법 변호사》를 집필한 윤현호 작가 특유의 통쾌한 빌런 응징 서사와, MBC 사극 연출 경험을 가진 진창규 감독의 속도감 있는 연출이 결합하면서, 이 드라마는 2022년 tvN 월화극의 시청률을 이끌었다. 안보현과 조보아라는 두 배우의 매력적인 케미스트리까지 더해져, 킬링타임 오락물로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서사 구조 — 돈과 복수, 두 마리 토끼

이 드라마의 서사적 출발점은 영리하다. 도배만(안보현)은 돈을 위해 군검사가 된 남자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시험까지 통과했지만, 학력 차별의 벽에 가로막혀 변변한 로펌조차 그를 받아주지 않는다. 결국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군검사가 되지만, 군대라면 치를 떤다. 반면 차우인(조보아)은 복수를 위해 군검사의 길을 선택한 여자다. 군 내 비리로 부모를 잃은 그녀는 오로지 그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목적이 다른 두 사람이 공동의 적 앞에서 손을 잡는 구도는, 전형적이지만 효과적이다.

드라마는 이 두 인물을 축으로 삼아 군 내부의 비리, 갑질, 성범죄, 탈영, 방산 비리 등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들을 촘촘하게 쌓아 올린다. 악역의 정점에 선 노화영(오연수) — 여성 최초의 사단장이라는 권력을 방패 삼아 비리를 덮어온 인물 — 과 그 배후 세력까지 연결된 권력 구조를 해체하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중심 서사다. 시청자들이 매화마다 사이다를 기대하는 구조로 설계된 이 드라마는, 전반부에서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킨다.


연출과 장르 문법 — 속도와 쾌감의 설계

진창규 감독의 연출은 장르적 쾌감에 집중한다. 빠른 편집, 과감한 액션 시퀀스, 그리고 인물들의 독백과 대사에 녹아든 코믹한 과장이 이 드라마의 리듬을 만든다. 특히 도배만의 싸움 장면과 차우인의 격투 장면을 대비적으로 연출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도배만은 매번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반면, 차우인은 상처 하나 없이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자로 그려진다. 이 차이가 두 인물의 성격과 배경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웹툰에 가까운 장르적 과장의 쾌감을 선사한다.

 

《무법 변호사》에서 이미 검증된 윤현호 작가의 빌런 구도 역시 이 드라마의 강점이다. 오연수가 연기하는 노화영은 단순히 악한 권력자가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악의 편을 선택한 인물이다. 그 이면의 서사가 충분히 전개됐다면 더 입체적인 빌런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 깊이가 얕아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배우론 — 안보현의 부상, 조보아의 재발견

《군검사 도베르만》은 안보현을 한국 드라마 씬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이태원 클라쓰》와 《카이로스》로 얼굴을 알렸지만, 이 드라마에서 그는 처음으로 단독 주연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했다. 돈을 향한 속물적인 면모와, 자신도 몰랐던 정의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도배만을 그는 코믹함과 진지함을 자유롭게 오가며 연기한다. 특히 인물이 성장하면서 점차 표정이 굳어지고 눈빛이 깊어지는 과정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은 이 드라마 최대의 성과 중 하나다.

 

조보아는 이 작품을 통해 '이 배우는 액션을 직접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다수의 격투 장면을 스턴트 없이 소화하며 차우인의 강인함을 육체적으로 구현했다. 오연수는 8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이 드라마를 선택했으며, 냉혹한 악역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총평 — 전반의 사이다, 후반의 아쉬움

《군검사 도베르만》은 완성된 드라마가 아니다. 전반부의 탄탄한 빌런 응징 서사와 두 주인공의 케미가 끌어올린 기대치를 후반부가 따라가지 못했다. 결말이 급전개와 지나친 낭만화로 허무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이 지배적이며, 쪽대본의 흔적이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 최초로 군법정을 장르 서사의 중심 무대로 삼았다는 사실, 안보현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이라는 사실, 그리고 매회 방영 시 시청자들을 화면 앞에 붙잡아둔 장르적 흡입력은 분명히 평가받아야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드라마는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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