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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시위소찬(尸位素餐)이 주는 교훈

필라이프 Phil Life 2025. 1. 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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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운(朱雲)은 기골이 장대하고 용력이 출중한데다가 의협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조정 대소신료들이 모인 가운데 황제 앞에서 감정이 격앙되어 말했다.

 

" 폐하! 조정대신이면서도 황제의 시정을 바로잡지 못하고 백성의 생활을 돌보지 못한다면 모두가 시위소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자께서 말한 비루하고 천박한 자들뿐 근본적으로 국가 대사를 관리할 능력이 없사옵니다. 어떤 짓이라도 할 위인'들이니 당장 목을 쳐 다른 사람들도 경계하도록 해야 합니다."

 

황제가 상방보검을 하사하신다면 그 검으로 한 사람을 베어 다른 이들의 경계를 삼겠노라고 아뢰자 황제는 그 대상이 누군지 물었다. 주운이 엄한 목소리로 재상 장우(張禹)라 말하니, 그는 황제의 스승이자 현재 승상으로 실세 중의 실세였다. 그러자 황제가 크게 노하며 명했다.

 

 

"미관말직에 있는 자가 감히 짐의 스승을 능멸하다니. 당장 끌어내 목을 쳐라!"

 

이에 좌장군 신경기(辛慶忌)가 나와 자신의 관모와 관인을 내놓고 머리를 계속 바닥에 찧으며 간청하니 황제가 주운의 죽을 죄를 면해주었다.

 

시위소찬(尸位素餐)의 시는 시동(尸童)을 뜻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조상의 제사를 지낼 때 같은 핏줄의 어린아이를 조상의 신위(神位)에 앉혀 놓고 제사를 지냈다. 시동은 제사상에 차려진 음식을 마음대로 먹으며 배를 불릴 수 있었는데, 조상의 영혼이 어린아이에게 접신(接神)하여 그 아이를 통해 먹고 마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시위(尸位)는 그 시동(尸童)이 앉아 있는 자리를 말한다.​

 

소찬(素餐)의 소(素)’는 ‘공(空)’이다. 헛되어 덕도 없이 있으면서 녹봉(祿俸)이나 축내고 있으니 소찬(素餐)이라 한다. 소찬(素餐)은 공짜밥을 말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시동이 신위에 앉아 조상 대접을 받듯이 아무런 능력이나 공적도 없으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시위라고 한다. 공짜로 먹는다는 뜻의 소찬(素餐)은 재능이나 공로도 없이 녹을 타먹는다는 말이다.

 

이 말은 '한서ㆍ주운전(漢書ㆍ朱雲傳)'에 나오는 고사다. 전한 원제 시기에 괴리(槐里)현령 주운은 여러 차례 상소를 올려 당시 승상 위현성이 자리나 보전하고 간신을 보호하며 백관을 다스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가 도리어 참소당해 감옥에 갇히게 된다.

 

원제 사후 한(漢)나라 원제(元帝)때 주운은 정직하고 용감했으며 직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성제(成帝) 때 승상 장우(張禹)는 황제의 어릴 적 스승이었으므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었으나 내세울만한 일을 한 게 별로 없었다.

 

주운이 끌려나가면서 붙잡고 있던 난간이 부러져버렸다. 신경기가 피범벅이 되어 간언으로 주운이 목숨을 건졌다. 황제가 주운을 용서하여 사건이 마무리되자, 신하들이 부서진 전각의 난간을 수리할 것을 요청하자 황제가 말했다.

 

”부서진 그대로 두시오. 이것으로 기념을 삼아 앞으로 직언하는 충신들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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