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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연대기, 혹은 사회가 만든 괴물 본문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 떨어집니다》
점술가의 이야기를 굳이 지금 꺼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에 떨어집니다》는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일본 점술계를 30년 넘게 지배했던 실존 인물 호소키 카즈코의 삶을 전기 형식으로 풀어낸 이 9부작 시리즈는, 단순한 인물 전기도 아니고 단순한 폭로극도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시대와 공명하며 거대한 신화로 팽창하는지를 추적하는, 냉정하고도 아찔한 사회 해부도다.
드라마는 액자 구조를 택한다. 소설가 미노리가 카즈코를 직접 취재하며 그녀의 어두운 소문을 파헤치는 현재 시제 위에, 카즈코의 젊은 시절부터 긴자의 여왕으로 군림하기까지의 과거가 겹쳐진다. 이 이중 구조는 단순한 서사적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카즈코라는 인물을 한 시점에서만 판단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흔든다. 우리는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알기 때문에, 그녀가 무엇을 원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 곧 용서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혐오만으로 그녀를 봉인하지는 못하게 만든다.
주연 토다 에리카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심장이다. 17세의 소녀부터 66세의 여걸까지, 한 인물의 전 생애를 혼자 소화하는 일은 기술적 난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토다 에리카가 성취한 것은 나이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밀도가 변해가는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다. 젊은 카즈코의 눈빛에는 날것의 공복감이 있다. 중년의 카즈코에게는 권력의 냄새를 맡는 동물적 본능이 있다. 그리고 노년의 카즈코에게는, 자신이 쌓아올린 신화가 결국 자신을 가두는 감옥임을 어렴풋이 아는 자의 고집스러운 눈빛이 있다. 그 눈빛의 변주가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서사다.
무엇이 카즈코를 만들었는가. 드라마는 이 질문에 단선적으로 답하지 않는다. 보수적인 시가와의 질식할 듯한 결혼 생활, 여성이 혼자 무언가를 가질 수 없던 쇼와 시대의 공기, 긴자의 클럽을 열기 위해 모은 자본의 출처에 관한 암묵적인 침묵들. 드라마는 카즈코의 상승을 미화하지도, 단순히 악덕으로 단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상승이 가능했던 사회적 조건, 즉 불안한 대중이 누군가의 확언을 얼마나 절박하게 원하는지를 조명함으로써, 카즈코라는 인물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산물로 읽어내게 한다.
점술이라는 소재는 이 드라마에서 절묘한 은유로 기능한다. 점술은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이 그 공백에 이야기를 채워 넣고자 하는 충동, 그리고 그 충동을 채워주는 자에게 기꺼이 권위를 부여하는 사회의 메커니즘. 카즈코는 그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했고, 그것을 이용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묻는 것은 카즈코의 죄가 아니라 그 이용이 가능했던 사회의 공모다. "너는 지옥에 떨어질 거야"라는 그녀의 독설이 분노가 아니라 환호를 받은 이유, 그것이 이 작품의 진짜 수수께끼다.
영상미는 압도적이다. 쇼와 시대 긴자의 재현은 화려하면서도 퇴폐적이고, 색채는 시대에 따라 채도를 달리하며 카즈코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의상과 미술은 단순한 고증을 넘어 인물의 심리적 상태를 시각화하는 언어로 작동한다. 음악 또한 선정적이지 않으면서도 각 장면의 정서를 정확하게 지지한다. 이 드라마가 공개 첫 주에 한국과 일본 양국 넷플릭스 차트 상위권을 동시에 점령한 것은 단순한 화제성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완성도에 대한 응답이다.
결말은 의도적으로 열려 있다. 소설가 미노리는 카즈코의 거짓 신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로 결심하지만, 카즈코는 끝까지 자신을 정당화한다. 양녀와 함께하는 마지막 장면은 따뜻하지도 냉혹하지도 않다. 그것은 그저 삶이 계속된다는 사실의 무심한 제시다. 악인은 무너지지 않았고, 진실은 기록되었지만 세상을 바꾸지는 않았다. 이 열린 결말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선택한 가장 정직한 태도다. 우리 사회는 카즈코 같은 인물을 계속 소비하고,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는 것. 드라마는 그 불편한 사실을 직시한 채 조용히 막을 내린다.
《지옥에 떨어집니다》는 점술가의 이야기를 빌려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공모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특정한 악인의 전기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신화를 필요로 하며 그 신화에 어떻게 복무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토다 에리카라는 배우와 9개의 에피소드가 함께 만들어낸 이 질문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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