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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함이 강함을 이기는 방식 —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2022) 비평 본문

플랫폼: 웨이브 오리지널 | 공개일: 2022년 11월 18일 | 총 8부작 연출·각본: 유수민 | 공동연출: 박단희 | CP: 한준희 주연: 박지훈(연시은), 최현욱(안수호), 홍경(오범석) 원작: 네이버 웹툰 《약한영웅》(서패스 글, 김진석 그림)
들어가며 — 4년을 건너온 드라마
2022년 웨이브 오리지널로 공개된 《약한영웅 Class 1》은 2025년 3월 넷플릭스에 재공개되자마자 70개국 TOP10에 진입하고 글로벌 비영어 TV쇼 부문 2위에 오르는 이례적인 역주행을 기록했다. 공개된 지 4년 가까이 지난 작품이 최신작들과 경쟁하며 전 세계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화제성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 드라마, 보고 나서 무언가를 오래 간직하게 만드는 드라마만이 이런 역주행을 만들어낸다.
유수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드라마는, 웹툰 각색 드라마의 성공 사례를 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작품이 됐다. 원작의 껍데기만 가져오지 않고, 오히려 각색을 통해 원작보다 더 단단한 무언가를 만들어낸 보기 드문 경우다.
줄거리 — 정글 같은 학교, 두뇌로 맞서는 소년
성적 상위 1%의 모범생 **연시은(박지훈)**은 남들과 다르다. 육체적으로는 왜소하지만, 탁월한 두뇌와 물리학적 분석력, 주변의 사물을 도구로 활용하는 능력으로 교내 폭력에 정면으로 맞선다. 그는 참거나 피하지 않는다. 다만 힘이 아닌 방법으로 싸운다.
홀로였던 시은에게 예기치 않은 친구들이 생긴다. 체격은 크지만 마음이 여린 안수호(최현욱), 학교 내 서열 구조 속에서 복잡한 위치에 놓인 오범석(홍경). 세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학교에 만연한 폭력에 맞서며, 그 과정에서 우정과 성장을 겪는다. 그 성장은 아름답지 않다. 부서지고, 배신당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다.

각색의 성취 — 원작을 넘어선 인물의 깊이
《약한영웅》의 가장 중요한 성취는 각색 방식에 있다. 유수민 감독은 원작 웹툰의 단선적인 액션 서사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심리적 갈등을 대폭 확장했다. 특히 청소년기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심리를 잘 묘사하였다. 남고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서열 싸움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을 세밀하게 다루었고, 이 과정 속에서 변화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내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오리지널 캐릭터들의 투입이다. 원작에는 없거나 평면적으로만 존재하던 인물들에게 드라마는 구체적인 배경과 내면을 부여했다. 이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가 단순 이분법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서열 구조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어가는 인물, 폭력을 목격하면서도 침묵을 선택하는 인물 — 이 드라마의 세계는 훨씬 복잡하고, 그래서 훨씬 현실에 가깝다.
유수민 감독은 10대들의 오픈 채팅방에 직접 잠입해 현재 청소년들의 언어와 감정을 채집했다고 밝혔다. "유행은 변할지라도 본질적인 성질은 우리가 어릴 때와 다르지 않다. 반면 많은 친구들이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는 감독의 말은, 드라마가 얼마나 현재의 청소년을 실감 있게 담으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그 진정성이 화면에 스며들어 있다.
연시은이라는 캐릭터 — '약함'이라는 명제의 전복
제목 《약한영웅》은 역설이다. 연시은은 약하지 않다. 그는 단지 강함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기존 학원 액션물의 주인공들이 신체적 압도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면, 연시은은 분석하고 계산하고 물리 법칙을 적용한다. 컴퍼스로, 책으로, 자신의 신체 한계를 정확히 파악한 위치 선정으로 싸운다. 이 낯선 싸움의 방식은 관객에게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통쾌함이 아닌, 두뇌가 폭력을 이기는 장면들에서 오는 정교한 쾌감.
그러나 드라마는 이 쾌감에만 머물지 않는다. 연시은이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은 친구를 잃을 뻔할 때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말하는 '약함'의 정체다. 혼자서는 완전할 수 없는 것, 타인에 의해 상처받고 변화하는 것 —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약함이며, 동시에 성장의 조건이다.

박지훈이라는 발견
연시은 역의 박지훈은 이 드라마가 세상에 내놓은 가장 큰 선물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선입견을 완벽히 지워버린 그의 연기는, 속을 읽을 수 없는 10대 소년의 복잡한 내면을 눈빛과 침묵으로 채워낸다. 괴롭힘에 지친 피로감, 냉정한 분석 아래 숨겨진 분노, 친구를 향한 서툰 애정 — 그 모든 레이어가 박지훈의 연기를 통해 동시에 존재한다.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신인상 수상은 당연한 결과였다.
최현욱의 수호는 드라마의 감정적 무게를 담당한다. 강해 보이지만 가장 쉽게 부서지는 인물을 최현욱은 세심하게 조각했다. 홍경의 범석은 드라마 중반 이후 서사의 핵심이 되는 인물로, 선과 악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복잡한 위치를 설득력 있게 소화했다.
한계와 가능성 — 시즌1이라는 미완
《약한영웅 Class 1》은 '시즌1'이라는 타이틀이 암시하듯 미완의 서사다. 8부작이라는 짧은 분량은 각 인물의 서사를 충분히 전개하기에 비좁았고, 몇몇 갈등 구조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다음 시즌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이 열린 결말이 시즌2에 대한 기대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 드라마의 구조적 전략으로 읽을 수도 있다.
한준희 CP의 참여도 언급해야 한다. 《D.P.》를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날카롭게 포착했던 그가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아준 것은, 《약한영웅》이 단순한 학원물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품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마치며 — 약함이 만드는 연대
《약한영웅 Class 1》은 학원물이라는 장르 안에서, 폭력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나쁜 한 명이 나쁜 것이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가 폭력을 유지시킨다는 것. 그리고 그 구조에 균열을 내는 것은 가장 강한 자가 아니라, 가장 정확하게 생각하고 가장 솔직하게 행동하는 자라는 것.
4년이 지나도 낡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는 변하지 않았고, 폭력의 구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소년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 비평은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2022, 전 8부작)을 대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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