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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꾸는 미래 전쟁, 유럽 방산 심장부를 가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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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바꾸는 미래 전쟁, 유럽 방산 심장부를 가다

필라이프 Phil Life 2025. 11. 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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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Midjourney

프랑스 탈레스 연구소에서 목격한 미래 전장

파리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유럽 최대 방위산업체 중 하나인 탈레스가 운영하는 연구소였다. 유리 외벽이 반짝이는 대형 건물, 곳곳에 숨어 있는 감시 카메라를 지나 들어간 '탈레스 R&T(Thales Research and Technology)'. 이곳은 유럽 방산 기술의 심장 중 하나로, 최첨단 인공지능(AI)과 양자 기술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다.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된 이 연구소에서 목격한 것은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래 전쟁의 모습이었다.

 

인공지능, 드론, 자율 무기, 유무인 복합 체계 등 첨단 기술이 전쟁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이 '게임 체인저'로 떠오른 가운데, 세계 각국은 차세대 전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방산 기업들이 개발 중인 미래 전장 기술을 살펴본다.

벌떼처럼 움직이는 AI 군집 드론

탈레스 연구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군집 드론 시연이었다. 복잡한 보안 검사를 거쳐 안내된 드론 연구실에서 연구진은 컴퓨터 화면 속 지도에 목표물을 지정하고, 탐색할 구역과 회피해야 할 위험 지역을 입력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수십 대의 드론이 스스로 역할을 나눠 자율 비행을 시작한 것이다.

 

군집 드론 기술은 단일 기체가 아닌 수십~수백 대의 드론이 동시에 작전하는 차세대 전술이다. 현재 전장에서는 소대급 드론 조종사들이 수십 대 규모의 드론을 동시에 띄워 적진을 정찰하고 타격하는 전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 규모를 AI의 힘으로 대폭 늘려 적진을 단번에 휩쓰는 방법이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탈레스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방산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탈레스의 군집 드론은 첨단 AI 기능을 탑재해 지형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최적화된 비행 경로를 찾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임무를 완수한다. 더 놀라운 것은 각각의 드론이 서로 유기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점이다.

 

탈레스 연구진은 "만약 일부 드론이 격추되거나 전파 교란으로 통신이 끊겨도 나머지 드론이 즉각 데이터를 공유하며 빈자리를 메우는 군집 재편성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치 벌떼가 일부 개체를 잃어도 전체 군집이 계속 작동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인간이 사라지는 전장, 무인화 시대

최첨단 방산 기술의 또 다른 축은 '무인화'다.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상에선 로봇 병사와 늑대 로봇이 육탄전을 벌이고, 하늘에선 무인 항공기(UAV), 바다에선 무인 잠수정(UUV) 등이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투기 분야 최강자 중 하나인 보잉은 '무인 협동 전투기(Collaborative Combat Aircraft·CCA)'를 미래 전장을 재편할 병기로 내세운다. CCA는 AI를 탑재한 자율형 최첨단 전투기로, 아파치나 F-15 같은 유인 전투기와 함께 편대를 이뤄 작전하도록 설계된다.

 

보잉의 알랜 가르시아 한국 방산 부문 대표는 "CCA를 활용한 유·무인 협업 체계(Manned-Unmanned Teaming·MUM-T)가 미래 전장의 승패를 가를 가장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유인 전투기는 전술적 지휘와 고난도 임무를 맡고, MQ-28 고스트 배트 같은 자율 전투기는 고위험 정찰·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르시아 대표는 이어 "뛰어난 공격력과 방어력이 검증된 아파치를 무인 시스템과 결합하면 센서 범위와 타격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돼 임무를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며 "보잉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 비행과 AI 기반 의사 결정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방산용 AI 시장 전망

연도시장 규모한화 환산

2024년 93억 1,000만 달러 약 13조 원
2030년 (전망) 192억 9,000만 달러 약 28조 원
성장률 - 약 107% 증가

출처: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방산용 AI 시장 규모는 2024년 93억 1,000만 달러(약 13조 원)에서 2030년 192억 9,000만 달러(약 2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불과 6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지정학적 긴장과 기술 우위 확보 수요가 방산용 AI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며 "AI의 자율성은 작전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인명 피해를 줄이는 잠재력이 있어 현대전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육·해·공을 하나로, 통합 전투 지휘 체계

미국의 대표적인 방위산업체이자 첨단 항공우주 기업인 노스럽그러먼은 지상·해상·공중의 전력을 망라하는 '통합 전투 지휘 체계(Integrated Battle Command System·IBCS)'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 지휘 체계의 핵심은 우주에 떠 있는 위성부터 지상에 있는 레이더와 센서까지 모든 장비를 활용해 전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각종 무기를 통틀어 공격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전장에서 산재한 센서와 무기 체계를 하나의 '디지털 사령부'로 묶어 전력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셈이다.

 

노스럽그러먼의 프랭크 몰리 아시아태평양 부사장은 "IBCS는 육·해·공의 고성능 레이더, 탄도미사일 방어 무기, 항공 플랫폼 등 다양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전력 간 시너지를 높이고 국방 주권을 강화하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IBCS는 방대한 데이터가 쏟아지는 전장 상황을 한눈에 보여주며 가장 효과적인 무기를 추천해주는 '모든 센서와 최고의 무기(any sensor, best shooter)' 기능을 제공한다. 노스럽그러먼에 따르면 IBCS는 미국의 대표 방위 시스템으로 폴란드 등 미 동맹국에 이미 배치돼 실사격 훈련 등이 진행되고 있다.

 

주요 방산 기업의 차세대 전술 기술

기업핵심 기술주요 특징

탈레스(프랑스) 군집 드론 시스템 AI 자율 비행, 군집 재편성 기능
보잉(미국) 무인 협동 전투기(CCA) 유·무인 협업 체계(MUM-T)
노스럽그러먼(미국) 통합 전투 지휘 체계(IBCS) 육·해·공 전력 통합, 디지털 사령부
노스럽그러먼(미국) 통합 바이퍼 전자전 장비(IVEWS) 밀리미터파 공격 무효화

출처: WEEKLY BIZ 취재

 

전자전,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전장

노스럽그러먼은 전파 신호를 활용한 공격과 전자전 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자전은 전파를 보내 적군의 통신 신호를 교란하거나 유도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첨단 방위 기술이다.

 

몰리 부사장은 "노스럽그러먼의 '통합 바이퍼 전자전 장비(Integrated Viper Electronic Warfare Suite·IVEWS)'는 각종 첨단 무선 주파수 공격을 식별하고 차단할 수 있는 전자전 장비로, 밀리미터(mm)파 수준의 공격도 무효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IVEWS는 미 공군 F-16 전투기의 공식 전자전 프로젝트로 생산 준비에 들어간 단계다.

 

전자전은 물리적 무기 없이도 적의 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전장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통신이 두절되고 미사일이 제 기능을 못하는 순간, 전장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방패, AI 전쟁 시대의 필수 기술

AI로 무기 체계가 통합 운영되면서 이를 단박에 무력화할 사이버 공격을 막는 이른바 '사이버 방패'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이버 공격으로 AI 통합 체계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지휘 시스템이 마비되면 군사작전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탈레스는 모든 무기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사이버 보안 성능을 탑재하는 '보안 내재화' 기술을 사용한다. 탈레스 연구진은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AI의 취약점을 찾아 공격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취약점을 미리 찾아 보완하고, 공격이 들어올 경우 즉시 막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시연을 통해 드론의 객체 인식 시스템을 교란하는 공격을 차단하는 기술이나, 수많은 온라인 이미지 가운데 딥페이크를 한 번에 걸러내는 딥페이크 탐지 기술 등을 선보였다.

 

연구진은 "드론·탱크·전투기 등 전장의 개별 무기 체계부터 군의 중추인 지휘 통제 시스템까지 AI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며 "이 중 일부만 적군의 해킹 시도에 무력화되어도 전황이 뒤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방산 기술의 핵심 영역

기술 영역주요 기능중요성

군집 드론 수십~수백 대 동시 작전, 자율 비행 게임 체인저급 전술
무인화 기술 로봇 병사, 무인 항공기/잠수정 인명 피해 최소화
통합 지휘 체계 육·해·공 전력 통합 운영 전력 시너지 극대화
전자전 통신 교란, 미사일 무력화 물리적 공격 없는 전투
사이버 보안 AI 취약점 보완, 해킹 방어 시스템 전체 보호

 

한국의 과제와 기회

 

한국도 관련 연구와 도입이 활발하지만,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국방연구원 심승배 연구실장은 "무인화·자동화는 군 병력의 생존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인구 감소로 병력 부족이 현실화되는 한국은 공격적인 기술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AI 방산 기술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저출산으로 인한 병역자원 감소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군인이 더 많은 무기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심 연구실장은 "전통적 방산 기업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팔란티어·안두릴 같은 AI·국방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의 AI 기업들이 국방 분야에 적극 진출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도 방산과 IT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미래 전쟁의 윤리적 딜레마

AI와 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윤리적 논쟁도 커지고 있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자율적으로 공격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킬러 로봇'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오작동으로 민간인이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한 국가가 개발을 포기해도 다른 국가는 계속 개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 개발과 함께 국제적인 규범 마련, 윤리적 가이드라인 설정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치며

프랑스 탈레스 연구소에서 목격한 미래 전쟁의 모습은 충격적이면서도 현실적이었다. AI가 전장을 지배하고, 로봇과 드론이 인간을 대신해 싸우며, 모든 전력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글로벌 방산용 AI 시장이 2030년까지 2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전환임을 보여준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각국은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국은 첨단 IT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한 국가다. 이를 방산 분야에 효과적으로 접목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많지 않다. 전통적 방산 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AI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빠르게 조성해야 한다.

 

무인화·자동화 기술은 단순히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은 한국이 국방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미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투자하고 준비해야 한다.

 

벌떼처럼 날아오른 AI 드론을 보며 생각했다. 전쟁의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 변화에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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